흙으로 빚은 노래 — 오카리나 이야기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된 악기]
오카리나는 흙을 빚어 불에 구워 만든 피리입니다. 기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신석기 시대까지 닿는데, 그 시절의 오카리나는 지금처럼 다양한 음을 낼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 고작 한두 가지 음만 내는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마야 유적에서 발견된 오카리나들입니다. 새, 거북이 등 여러 동물의 모습을 본뜬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단순한 악기를 넘어 자연과 연결된 무언가를 담으려 했던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이런 고대 오카리나는 한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인류 문명이 꽃피운 여러 곳에서 제각각의 모양과 문화적 색채를 입고 지금도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어린 거위"라는 이름이 생긴 날]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아는 T자 형태의 오카리나는 19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부드리오(Budrio) 출신의 도나티(Donati)가 처음 그 형태를 만들었고, 이어 귀도(Chiesa Guido)가 더 넓은 음역대를 낼 수 있도록 발전시켰습니다. 완성된 악기의 생김새가 꼭 어린 거위를 닮았다고 해서, 이탈리아어로 "어린 거위"를 뜻하는 Ocarina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귀엽고 포동포동한 그 모양이 상상되시나요?
[방랑자들이 세상에 전한 악기]
이후 수많은 제작자들의 손을 거치며 오카리나는 점점 더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악기를 세상에 퍼뜨린 건 다름 아닌 유럽 각지를 떠돌던 여행자와 방랑자들이었습니다. 작고 가볍고,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을 가진 오카리나는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최고의 여행 동반자였으니까요.
[박물관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이야기]
한편, 지금도 많이 사용되는 원형(랭글리형) 오카리나는 영국의 민속 음악가 '존 테일러(John Taylor)'로부터 시작됩니다. 1963년, 그가 박물관에서 오카리나를 처음 접한 뒤 직접 제작에 나섰고, 이듬해인 1964년에 구멍이 4개인 원형 오카리나를 완성했습니다. 이후 '랭글리(Langley)'가 이를 더욱 발전시켜, 다양한 조성의 악기를 만들고 엄지로 짚는 운지법을 추가해 낼 수 있는 음의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다만 남미 지역의 오카리나를 보면, 랭글리형과는 다른 독자적인 운지법을 쓰는 악기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오카리나는 하나의 이름이 아닌 하나의 세계]
오카리나는 이제 특정 모양의 악기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처음엔 거위를 닮은 흙 피리에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제작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악기들을 모두 아우르는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수준 높은 도자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오카리나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문화센터, 음악학원, 학교, 동호회 등 일상 곳곳에서 그 따뜻한 소리를 점점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